(영화 리뷰) 택시운전사, 1980년 5월의 광주 이야기

택시운전사 포스터

 

 1980년 5월의 광주 이야기를 그린 영화 택시운전사는 2017년 8월 2일에 개봉했습니다. 감독은 장훈이고, 송강호가 서울 택시운전사인 만섭 역을, 토마스 크레취만이 외국 기자인 위르겐 힌츠페터 역을, 유해진이 광주 택시운전사인 태술 역을, 류준열이 광주 대학생 재식 역을 연기했습니다. running time은 137분입니다.

 

광주로 간 서울 택시운전사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을 다루고 있는 작품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영화 화려한 휴가와 26년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피해자인 광주 시민의 입장에서 이 비극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 사건을 주관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택시운전사의 경우, 주인공인 만섭은 서울의 택시 기사로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전혀 모르고 있는 평범한 인물입니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 독일 기자를 광주까지 태워다 주면서 우연히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게 됩니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내용이 전개되기 때문에 5.18이 왜 일어났는지, 누구의 잘못인지 같은 역사적, 정치적 배경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이런 만섭의 시선을 따라 우리도 제3자의 입장에서 그날의 광주를 보게 됩니다.

 만섭은 아내가 없이 홀로 어린 딸을 키우고 있는 아빠입니다. 딸을 위해 돈을 벌어야 했던 만섭은 우연히 기사식당에서 광주로 가는 외국인이 택시비로 10만 원이나 주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가 그 손님을 택시에 태웁니다. 이 외국인은 위르겐 힌츠페터라는 독일 기자로 목숨을 걸고 그 당시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을 취재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만섭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언론에는 이 일이 전혀 보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섭은 어설픈 영어로 위르겐과 티격태격하며 기분 좋게 광주로 향합니다. 

 얼마 후 택시는 광주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영화의 분위기가 바뀝니다. 광주로 들어가는 입구는 군인들이 막고 있습니다. 이상한 분위기를 느낀 만섭은 서울로 돌아가려 하지만 그렇게 하면 택시비를 줄 수 없다는 말에 시골길을 돌아서 광주로 들어갑니다. 그렇게 도착한 광주에서 만섭과 위르겐은 심상치 않은 광주의 풍경을 보게 됩니다.

 광주는 이미 군대와 시민들의 대립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언론통제로 뉴스와 신문에 전혀 보도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광주 시민들은 외국 기자인 위르겐을 환영합니다.

 만섭과 위르겐은 금남로에서 벌어지는 시위 현장을 목격하게 됩니다. 군대가 민간인을 잔인하게 학살하고 있었습니다. 위르겐은 광주의 상황을 열심히 카메라로 촬영합니다.

 한편 택시가 고장 난 만섭은 바로 서울로 돌아가지 못하고, 위르겐과 함께 시위 현장에 있다가 사복 군인들에게 쫓겨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기게 됩니다. 딸을 위해 살아야 했던 만섭은 위르겐을 다시 서울로 데려가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혼자 광주를 떠나 서울로 향합니다.

 가는 도중에 잠깐 순천에 들러 택시를 수리하게 되는데, 순천의 분위기는 너무 평화롭습니다. 바로 옆인 광주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말입니다. 너무 다른 두 도시의 모습에 만섭은 가슴이 아픕니다. 결국 만섭은 다시 광주로 향하고, 딸과의 전화 통화를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아빠가 광주에 손님을 두고 왔어.." 

 광주로 돌아온 만섭은 병원 응급실에서 넋이 나간 모습으로 주저앉아있는 위르겐과 다시 만납니다. 통역을 해주던 대학생인 재식이 죽은 것입니다. 그리고 광주 도청 앞에서 군대는 모여있는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발포합니다. 

 이 비극을 세상에 알려야 하는 만섭과 위르겐은 목숨을 바친 광주 택시 기사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광주를 탈출합니다. 그리고 위르겐은 일본으로 건너가 자신이 겪은 광주의 이야기를 전 세계에 알립니다. 위르겐은 한국을 떠나기 전, 다시 만나고 싶다며 만섭의 이름을 묻지만 만섭은 본명 대신 김사복이라는 가명을 알려줍니다. 위르겐은 결국 만섭을 찾지 못하고, 둘은 각자의 인생을 살며 영화는 끝납니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가슴 아픈 역사

 택시운전사는 41년전 한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택시기사 김만복,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도 실제 인물이어서 더 마음에 와닿습니다.

 둘이 광주를 탈출할 때 군인들의 검문에 걸리게 되는데, 택시를 수색하던 군인은 트렁크에서 서울 번호판을 발견합니다. 이 장면이 가장 조마조마했는데, 놀랍게도 이 군인은 번호판을 못 본 척하고 택시를 보내줍니다. 그런데 이 군인도 실제 인물이라고 합니다. 이 군인이 아니었으면 탈출은 실패했을 것이고, 광주의 비극은 영원히 세상에 알려지지 못했을 것입니다. 또한 영화 속 만섭에게는 딸이 있는데, 이는 실제 가족을 찾지 못해서 만든 설정입니다. 영화가 개봉된 후 실제 택시 운전사의 아들이 언론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아버지는 광주에 다녀오고 나서 몇 년 뒤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위르겐이 찾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택시운전사는 광주의 비극적인 내용이 소재이지만 중간중간 재미있는 내용들이 들어가 있어서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영화입니다. 재식은 대학가요제에 나가려고 하지만 노래를 못하고, 광주의 구수한 사투리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습니다. 만약에 이런 유머가 없이 무거운 내용으로만 전개가 되었다면 택시 운전사는 이렇게까지 인기를 얻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은 제가 태어나기 전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저도 잘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택시 운전사를 통해서 그날의 상황을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만약 광주 민주화 운동에 관심이 많다면 꼭 영화를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상으로 1980년 5월의 광주 이야기를 그린 영화 택시운전사의 리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