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국민 참여 재판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 배심원들은 2019년 5월 15일에 개봉한 홍승완 감독의 작품입니다. 노련하게 재판을 이끌어가는 판사 준겸 역은 문소리가, 사건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8번 배심원 남우는 박형식이 연기했습니다. running time은 114분입니다.
평범한 국민인 배심원들이 피고인의 무죄를 밝히는 이야기
한 사람이 캐리어를 끌며 법원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대기하고 있던 많은 기자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질문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녀의 이름은 김준겸. 대한민국 첫 국민 참여 재판을 이끌어가야 하는 판사입니다. 법조인이 아닌 평범한 국민이 국민의 죄를 심판하는 배심원 제도. 판사도, 검사도, 변호사도 그리고 피의자도 모두 처음입니다. 그래서 준겸의 임무는 무겁기만 합니다.
남우는 원래 배심원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배심원 중에 한 명이 오지 못하면서 우연히 합류하게 됩니다. 남우를 포함해 배심원은 총 8명. 직업도, 나이도 다 제각각인 이들의 좌충우돌 사건 해결이 시작됩니다.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배심원제에 부담을 느낀 재판부는 비교적 쉬운 사건을 이들에게 배정합니다. 조현병을 가지고 있는 아들이 어머니를 죽인 사건인데, 이미 유죄가 인정되어, 양형만 결정하면 되는 사건입니다. 배심원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로 재판이 진행되고, 피고인 담당 변호사는 판사에게 선처해 줄 것을 부탁합니다.
하지만 그때 반전이 일어납니다. 피고인이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입니다.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이 재판은 양형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판단해야 하는 사건이 되어 버렸습니다. 모두가 난감한 상황 속에서 판사 준겸은 신속하게 재판을 이끌어갑니다.
이미 증거와 증인이 확실했기 때문에 배심원들은 모두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8번 배심원 남우는 끈질기게 질문을 하고 문제 제기를 합니다. 배심원들 사이에서도 분열이 생깁니다. 그들은 이미 끝난 사건의 증거를 보고 또 보는 남우를 답답해합니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될수록 배심원들은 하나둘씩 남우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고, 8명이 힘을 합쳐서 수집된 증거가 맞는지 틀린 지를 검증합니다. 그리고 의심되는 일이 있으면 재판부에 현장검증까지 요청을 하며 오히려 검사와 변호사보다 더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데 노력합니다. 하지만 현장검증에서의 모든 정황은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말하고 있고, 결국 재판은 이대로 끝나는 듯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배심원들도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재판이 마무리되기 직전에 배심원들은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냅니다.
사실 피고인은 어머니를 죽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형편이 어려웠던 탓에 아들에게 나라에서 나오는 복지금을 받게 하려고 일부러 목숨을 끊은 것입니다. 베란다에서 떨어지려고 하는 어머니를 발견한 피고인은 어머니를 살리고자 붙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본 다른 사람이 그가 이미 살해한 어머니의 시체를 떨어트리는 것으로 오해를 한 것입니다. 119에 신고한 사람도 어머니를 끝까지 붙잡지 못한 아들이었습니다.
배심원들이 피고인에게 내린 판결은 무죄입니다. 이들의 의견을 들은 판사 준겸 또한 피고인에게 무죄 판결을 내립니다. 그리고 준겸은 군중 속으로 사라지는 남우를 바라보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법정 영화
이 영화를 본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연히 본 예고편에서 박형식의 '싫어요,','모르겠어요.' 이 장면이 너무 귀여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어느덧 영화에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법원이 등장하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편견이 있습니다. 잔인한 사건, 딱딱한 말투, 무거운 분위기, 엄숙한 표정의 판사, 검사, 변호사 등입니다. 하지만 이 배심원들은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영화와는 다릅니다. 바로 우리와 똑같은 법에 대해 모르는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사건을 해결하는 주체가 배심원들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 없습니다. 또한 영화 분위기 자체도 딱딱하거나 무겁지 않습니다. 오히려 밝고 경쾌해서 누구든 편안하게 볼 수 있고, 내용 자체도 이해하기 쉽습니다.
8명의 배심원들은 법대생, 대기업 회장의 비서실장, 무직, 평범한 가정주부, 자영업, 청년사업가 등 직업도 나이도 모두 다릅니다. 처음에는 그저 빨리 끝내고 돌아가려 했던 이들이 점점 사건을 해결하는 주체가 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대기업 회장의 비서실장입니다. 그는 자신의 의견은 없이 그저 회장님이 시키는 대로 하는 수동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이랬던 그가 영화 후반에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현재의 나 또한 누군가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닌지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이었습니다.
주연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판사 역의 문소리는 역시 문소리답게 극의 중심을 잘 잡아주었고, 남우 역의 박형식은 자신의 이미지에 맞는 귀여운 남우를 잘 소화해 주었습니다. 특히 박형식은 첫 상업영화라고 하는데 그 풋풋한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법이란 것은 보통 죄를 지은 사람을 찾아내고, 그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우리에게 하는 말은 다릅니다. 바로 법은 사람을 처벌하지 않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알려주기 위해 피고인이 범인이 아니라는 의심이 들면 아무리 작은 내용이라도 끝까지 파헤치고 결국 무죄를 증명합니다. 이렇게 이 영화는 지금까지 법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꿔주는 참 착한 영화입니다.
이상으로 국민 참여 재판의 시작을 그린 영화 배심원들의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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